PCB 기판은 회로가 끊어지면 인하두(납땜기)로 직접 선을 이어주거나 부품을 갈아 끼울 수 있죠. 하지만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일 크기인 반도체 칩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수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제조사는 불량품을 그냥 버리지 않고 '마법 같은 방식'으로 수리하여 정상 제품으로 만듭니다. 그 비결을 알려드릴게요.
1. 예비용 회로(Redundancy)를 미리 만들어둡니다
반도체 설계 시, 실제로 필요한 회로 외에 '예비용 길(Spare Row/Column)'을 미리 넉넉하게 깔아둡니다.
- 비유: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날 것을 대비해 옆에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하나 더 만들어두는 것과 같습니다.
- 만약 테스트 과정에서 특정 회로가 끊기거나(Open), 붙어버린(Short) 불량이 발견되면, 해당 회로를 죽이고 미리 만들어둔 예비 회로로 신호를 돌립니다.
2. 레이저로 회로를 끊거나 잇는 '리페어(Repair)' 공정
사람의 손 대신 초정밀 레이저가 수리 기사 역할을 합니다.
- 레이저 퓨즈(Laser Fuse): 불량이 난 회로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주 작은 '퓨즈'를 레이저로 쏴서 끊어버립니다.
- 신호 우회: 퓨즈가 끊어지면 전기 신호는 자동으로 예비 회로 쪽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 결과: 겉보기엔 불량이었던 칩이 내부적으로 길을 갈아타면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정상 제품으로 재탄생합니다.
3. 수리가 불가능할 때의 필살기: '급 나누기(Binning)'
레이저로도 고칠 수 없는 중증 불량(예: 8코어 중 2코어 사망)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요?
- 커팅(Cutting): 고장 난 부분만 전기적으로 완전히 차단합니다.
- 재탄생: 8코어 제품(예: i7급)으로 만들려던 것을 고장 난 2코어를 죽이고 '6코어 제품(예: i5급)'으로 이름을 바꿔서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 이를 '비닝(Binning)'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흔히 보는 CPU 라인업(i7, i5, i3 등)이 이렇게 결정되기도 합니다.
4. PCB와의 결정적 차이 요약
| 구분 | PCB 기판 | 반도체 칩 (웨이퍼) |
| 수리 도구 | 인두기, 납, 점퍼선 | 초정밀 레이저, 소프트웨어 설정 |
| 수리 주체 | 사람 (엔지니어) | 자동화 리페어 장비 |
| 부품 교체 | 가능 (저항, 콘덴서 등 교체) | 불가능 (예비 회로로 대체만 가능) |
| 최종 실패 시 | 폐기 또는 부품 추출 | 하위 모델로 등급 낮춰 판매 |
결론
반도체는 워낙 작아서 "고쳐서 쓴다"기보다는 "미리 여분을 만들어두고 고장 난 곳을 피해 가는 방식"으로 수리합니다. 이 리페어 기술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똑같은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정상 제품의 개수(수율)가 결정되고, 이게 바로 삼성전자의 수익성으로 직결됩니다.
질문) 공정 안에서 칩을 만들고 나서 테스트 중에 불량품을 수리한다는 건가요?
네, 정확합니다. 공정의 거의 마지막 단계인 EDS(Electrical Die Sorting) 공정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반도체 제조는 크게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공정(FAB)'과 '칩을 자르고 포장하는 공정(PKG)'으로 나뉘는데, 그 사이에서 테스트와 수리를 전담하는 과정이 바로 EDS입니다.
1. 테스트 중 불량을 발견하면 어떻게 수리하나요?
웨이퍼 한 장에는 수백 개의 칩이 있는데, 테스트 장비(Probe Card)가 각 칩에 미세한 바늘을 대고 전기를 보내봅니다.
- 완전 양품: 바로 통과.
- 수리 불가능한 불량: '인킹(Inking)' 공정을 통해 칩 위에 점을 찍어 죽은 칩임을 표시합니다. (나중에 자를 때 버려집니다.)
- 수리 가능한 불량: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특정 '셀(Cell)' 몇 개가 죽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가 바로 '리페어(Repair)' 단계입니다.
2. 수리의 핵심: '레이저 리페어(Laser Repair)'
질문자님이 말씀하신 PCB 수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물리적으로 부품을 갈아 끼우는 것이 아니라, "길을 바꿔주는 것"에 있습니다.
- Spare Cell 활용: 메모리 설계 시, 고장에 대비해 전체 용량의 몇 % 정도를 '여분 방(Spare Cell)'으로 미리 만들어 둡니다.
- 레이저 퓨즈(Fuse) 절단: 테스트 장비가 불량 위치를 파악하면, 초정밀 레이저가 불량 회로로 가는 '퓨즈'를 태워서 끊어버립니다.
- 주소 재지정: 퓨즈가 끊어지면, 해당 데이터 신호는 자동으로 미리 준비된 '여분 방'으로 우회하게 됩니다.
결과: 사용자 입장에서는 1,000번 방이 고장 났지만, 기계가 알아서 9,999번(여분) 방으로 연결해주기 때문에 완벽하게 정상 작동하는 칩으로 보이게 됩니다.
3. 수리된 칩은 품질이 떨어지나요?
놀랍게도 성능이나 수명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 예비 회로 역시 똑같은 공정으로 만들어진 고품질 회로입니다.
- 삼성이나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 리페어 공정을 통해 수율(품질 합격률)을 10%~20% 이상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취급됩니다.
4. 수리조차 안 되는 '중증 불량'의 운명 (비닝)
레이저로도 못 고치는 큰 불량(예: 칩의 절반이 작동 안 함)이 났을 때는 아예 '급'을 낮춰서 출시합니다.
- 원래 16GB 제품으로 만들려다 불량이 너무 많으면, 고장 난 부분을 잠그고 8GB 제품으로 이름을 바꿔서 파는 식입니다. (이를 Binning이라고 부릅니다.)
요약하자면: 반도체 수리는 공정 중에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레이저로 불량 회로를 끊고 예비 회로로 길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쓰는 대다수의 삼성/하이닉스 메모리들도 사실은 공정 중에 이런 미세한 수리 과정을 거쳐 완벽해진 제품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
이런 수리 과정이 DRAM(메모리)뿐만 아니라 CPU(연산 장치)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지, 아니면 두 제품의 수리 방식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
메모리 반도체(DRAM)와 연산 반도체(CPU)는 불량을 처리하는 방식이 매우 다릅니다.
메모리는 "길을 고쳐서(Repair) 새것처럼" 만드는 방식이라면, CPU는 "고장 난 곳을 잠그고 하위 모델로(Binning)" 파는 방식입니다. 그 차이를 알기 쉽게 비교해 드릴게요.
1. 메모리 반도체 (DRAM) : "레이저 수리 기사"
메모리는 수조 개의 방(Cell)이 격자무늬로 늘어선 단순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수리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 수리 방식: 레이저 리페어(Laser Repair)
- 원리: 테스트 중 특정 방이 고장 나면, 주변에 미리 만들어둔 '예비용 방(Spare Cell)'을 사용합니다. 레이저로 불량 회로의 퓨즈를 끊어버리면 신호가 자동으로 예비 회로로 돌아갑니다.
- 결과: 수리 후에는 원래 팔려던 제품(예: 16GB) 그대로 팔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리 여부를 알 수도 없고, 성능 차이도 전혀 없습니다.
2. 연산 반도체 (CPU/GPU) : "급 나누기(Binning)"
CPU는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부위별로 하는 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특정 부위가 고장 나면 대체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급'을 낮춥니다.
- 수리 방식: 비닝(Binning) & 커팅(Cutting)
- 원리: 예를 들어 8코어 CPU를 만들었는데 2코어가 고장 났다면, 그 2코어를 영구적으로 잠가버리고(Disable) 6코어 제품으로 출시합니다.
- 클럭 비닝: 회로는 다 멀쩡한데 열이 너무 많이 나거나 전기를 많이 먹으면, 속도(클럭)를 낮춰서 저가형 모델로 분류합니다.
- 결과: 이름이 바뀝니다. 똑같은 웨이퍼에서 태어났어도 운 좋게 완벽하면 i9, 코어 몇 개 죽으면 i7, 더 죽으면 i5가 되는 식입니다.
3. 한눈에 보는 비교표
| 구분 | 메모리 (DRAM/NAND) | 연산 반도체 (CPU/GPU) |
| 비유 | 아파트 방 하나 전등 고장나면 옆방 쓰기 | 8기통 엔진 중 2기통 고장나면 6기통차로 팔기 |
| 핵심 도구 | 초정밀 레이저 (퓨즈 커팅) |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락 (잠금) |
| 수리 목적 | 수율을 높여 동일 제품으로 출하 | 불량품을 버리지 않고 하위 제품으로 재활용 |
| 성능 변화 | 없음 (완벽한 복구) | 낮아짐 (코어 수나 속도가 줄어듦) |
4. 재미있는 사실: "실리콘 로또"
우리가 컴퓨터를 살 때 똑같은 i7 CPU라도 어떤 건 오버클럭이 잘 되고 어떤 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A급: i9이 될 수도 있었지만, 시장에 i7 수요가 많아서 강제로 속도만 낮춰 파는 칩 (품질 최상)
- B급: 진짜로 i9이 되기에 품질이 아슬아슬해서 i7으로 밀려난 칩 (품질 보통)
이처럼 반도체 제조사는 "수리(Repair)"와 "재분류(Binning)"라는 두 가지 필살기를 통해 버려지는 칩을 최소화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립니다.

'컴퓨터 잡다학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반도체 ASML 장비란 무엇인지 쉽게 설명 (0) | 2026.02.20 |
|---|---|
| 인공지능 시대 창업 및 장사를 할 수 있는 분야 (0) | 2026.02.16 |
| 인공지능(AI) 시대 사라질 직업, 새롭게 부상하는 직업 및 꾸준히 이어질 직업 (0) | 2026.02.16 |
|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 센터란? (0) | 2026.02.07 |
| AI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메모리 규모 (0) | 2026.02.07 |
콘텐츠 내 자동삽입광고
